[2008/10/12]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께 보낸 오현리 주민들의 호소문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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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건리 훈련장 확장계획에 따라 조상대대로 살아온 삶의 터전이 강제 수용될 처지에 놓여 있는 오현리 주민들이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님께 드리는 호소문
저희는 파주시 법원읍 오현리에 거주하는 주민들입니다.
지금 오현리 주민들은 군의 훈련장 확장 계획으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군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기 위해 감정평가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들 대부분은 농업과 축산업을 통해 생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금 저희들이 오현리를 떠나서는 재정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이제까지 해 온 생업을 이어갈 수 없습니다. 군이 이주대책으로 내놓은 것은 80-100평에 이르는 주거 터에 불과할 뿐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 생계 터전은 전혀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 주거 터마저도 농민들이 감당할 수 없는 입주금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저희보고 오현리를 떠나라는 것은 이제까지 해 온 생업을 포기하라는 것이고, 결국 저희들의 생명을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사지로 내 몰려 있는 저희 주민들이 의원님께 호소합니다.
저희들 생각에는 지난 9월 2일 국방부의 발표대로 군이 720만평의 훈련장에서 훈련을 하고 있고 또한 국공유지가 훈련장 주변에 109만평에 이른다는 것입니다. 이처럼 이미 훈련장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기 때문에 이제 더 이상 오현리 주민들의 땅을 강제수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입니다. 다음과 같은 우리 주민들의 호소와 의견에 귀 기울여 주셨으면 합니다.
1. 무건리 훈련장은 이미 충분히 확장 되었습니다.
무건리 훈련장은 1980년 350만 평 규모로 대대급 종합훈련장이 설치된 후 계속 확장되어 1986년에는 연대급 훈련장인 550만 평 규모로 확장되었습니다.
그런데도 1996년 국방부는 무건리 훈련장을 더욱 확장하기 위해 무건리 훈련장 권역화 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주민들의 토지를 매수해 온 군은 지금까지 기존 훈련장 부지를 포함하여 총 829만 평을 훈련장 부지로 확보하였습니다.
군은 947만평을 확보하겠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군이 확보한 829만평으로도 군의 훈련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국방부 스스로 밝히고 있듯이 무건리 훈련장은 기존 규모로도 수도권에서 유일하게 연대급 이상의 훈련이 가능한 대규모 훈련장입니다. 기존 규모로도 수도권에서 제일 큰 훈련장인데 여기에다 지금까지 군이 협의 매수한 부지까지 합한다면 829만평으로 군은 이미 수도권에서 엄청난 규모의 훈련장을 확보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훈련장을 충분히 확장한 것이 아닙니까?
2. 군인과 그 가족은 오현리에서 살게 하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오현리 주민들은 내쫓는다는 것은 명백히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무건리 훈련장 확장예정부지인 오현리 마을 입구에는 5층짜리 군인아파트가 있습니다. 이 아파트에는 군인과 그 가족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군인아파트 주변에는 폐교된 초등학교와 오현리 주민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주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이 군인아파트는 훈련장이 확장된 이후에도 계속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훈련장을 확장한다며 조상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내쫓으면서 같은 곳에 있는 군인아파트, 즉 군인과 그 가족은 계속 거주하게 한다는 게 도대체 말이나 됩니까? 저희는 군인과 그 가족의 오현리 거주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군인 및 그 가족들이 오현리에서 살 수 있다면 우리 오현리 주민들도 오현리에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희 주민들도 군인 및 그 가족들과 같이 오현리에서 살 수 있기를 원합니다.
3. 훈련장 확장부지에는 통행량이 많은 56번 국도가 4차선으로 확장되고 있고 제2외곽순환고속도로도 건설될 예정입니다. 이것 역시 오현리 주민들이 오현리에서 계속 살 수 있다는 것을 반증해줍니다.
훈련장 확장부지에는 56번 국도의 4차선 확장공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56번 국도는 2차선 도로였는데 차량통행이 많아 사고 위험이 큰 도로였습니다. 이에 4차선 확장공사가 지금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훈련장 확장부지에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까지 건설될 예정입니다.
저희는 이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훈련장 주변에 민가가 있어 위험하다면 차량통행이 많은 56번 확장공사와 고속도로 건설계획은 중단되거나 다른 우회도로가 건설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56번 국도는 훈련장 부지를 관통하여 건설되고 있고 고속도로까지 건설될 예정입니다. 군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것은 훈련장이 확장되어 군사훈련이 실시되어도 차량통행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오현리 주민들도 그 곳을 떠나지 않고 훈련장과 함께 살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4. 이제까지 수많은 군사훈련이 있었지만 주민들은 이에 협조하며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것입니다. 또한 다른 많은 군사훈련장에서도 민가와 영농이 보장되고 있습니다.
1980년도 무건리 훈련장이 처음 설치되고 이후 계속 확장되기까지 수많은 군사훈련이 있어 왔습니다. 이제까지 오현리 주민들은 군사훈련에 적극 협조해왔습니다. 우리는 군인들이 훈련을 하면 물도 떠주고 김치, 된장도 나눠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하였습니다.
사실 오현리 주민들은 오현리 주변이 군사훈련장이 들어서고 오현리 일대가 훈련장확장 예정부지로 지정되어 지난 30년 동안 수많은 행정규제와 재산권 침해를 받아 왔습니다. 그런데도 오현리 주민들은 오로지 국가를 위한 희생이라 생각하며 군인들의 훈련을 도와왔습니다.
그런데도 이제 와서 주민들을 나가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배은망덕이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더구나 앞서도 밝힌 바와 같이 군인과 그 가족들은 살게 하고 국도와 고속도로까지 건설하면서, 조상 대대로 살아온 주민들은 나가라고 하는 것은 너무도 주객이 전도된 것입니다.
저희 오현리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합니다.
군은 이미 오랫동안 훈련장을 확장해왔고, 또 충분한 부지를 확보하였으므로 우리 주민들을 오현리에서 살게 해 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현리에 위치한 군인아파트, 훈련장 부지 내의 국도와 고속도로 건설에서 보듯이 훈련장과 병존하여 오현리 주민들도 얼마든지 함께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건리 훈련장 이외에도 대한민국의 많은 훈련장에서 훈련장과 민가, 영농이 병존하면서 민과 군이 협조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부디 고향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 오현리 주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별첨자료 있음)
무건리훈련장확장반대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 주병준,
오현 2리 이장 홍기호 등 오현리 주민 일동
[별첨자료]
무건리 훈련장의 확장 경과와 무건리 지역 소개
○ 무건리 훈련장 확장 경과
- 1980년 8월, 경기도 파주시 무건리 일대에 350만 평 규모의 대대 종합훈련장 설치.
- 1986년 3월, 550만 평 규모의 연대 전투단 훈련장으로 확장.
- 1990년 8월, 제병 협동훈련장으로 확장.
- 1996년 국방부는 무건리 훈련장과 인근의 비암리 훈련장, 노야산 훈련장을 하나로 연결하는 권역화 훈련장(총 1,050만평) 확장 계획을 수립. 이에 따라 파주 오현리·직천리·갈곡리, 양주 비암리 일대가 훈련장 확장 부지로 편입됨.
- 1997년 11월, 무건리 훈련장을 연간 13주(91일) 동안 주한미군에게 공여함.
- 2002년 한미 간 연합토지관리계획(LPP)협정에 의해 무건리 훈련장이 주한미군에게 재차 공여됨.
- 2006년 국방부는 기존 부지를 포함하여 총 703만 평을 매수 함.
- 2007년 11월 12일, 확장 부지의 일부인 직천리 일대 370여 만 평에 대해 강제수용을 고시함
- 2008년 9월 4일 오현리 일대 120여 만 평에 대해 강제수용을 고시함.
○ 무건리 훈련장 확장부지인 오현리는 어떤 곳인가?
- 직천초등학교 터와 도자기나라
폐교된 직천 초등학교에는 도자기 나라가 운영되고 있다.
도자기 나라에서는 도자기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각종 생활도자기 굽기와 도예 활동을 벌인다. 매년 초등학생, 어린이집 아이들, 각종 동호회, 친목모임 등 평균 3만 5천 여 명의 학생들과 어른들이 도자기 체험을 위해 찾아온다. 특히 초등학생의 체험학습장으로 유명하여 경기도와 서울의 초등학교에서 체험학습을 위해 많이 찾아오고 있다.
3개월 전에 예약이 완료 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체험학습장이다.
또한 이곳은 주민들에게도 소중한 공간이기도 하다. 명절 때면 주민들이 모여 윷놀이도 하고 텁텁한 막걸리 한 잔 나누며 정을 나누던 곳이기 때문이다. 또 매년 마을사람들 뿐 아니라 타지에 나가있는 분들도 모두 모이는 8.15체육대회가 열리는 곳도 이 곳 직천초등학교이다.
- 백로 서식지
해마다 여름이 되면 수많은 천연기념물 백로가 무건리, 오현리 일대를 찾아온다. 백로가 찾아온다는 것은 이 일대의 자연생태계가 살아있다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훈련장의 확장으로 개체수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
-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물푸레나무
(천연기념물 제286호/지정일 : 1982.11.04/소재지 : 경기 파주시 적성면 무건리 465)
무건리에는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문 나무가 하나 있는데 물푸레나무라는 것이다. 껍질을 벗겨 물에 담그면 물을 푸르게 물들인다고 하여 ‘물푸레’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고 하는데 1982년에 유일하게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 훈련장 확장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천연기념물(환경부 지정)
· 황조롱이 : 천연기념물 제323-8호
우리나라의 텃새로 무건리, 노야산 일대에서 확인됨.(1군단사령부, 무건리지역 훈련장 환경영향평가서, 2006.3.)
· 원앙 : 천연기념물 327호
직천리 계곡과 직천저수지, 무건리 계곡에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됨.(1군단사령부, 무건리지역 훈련장 환경영향평가서, 2006.3.)
· 천연기념물 독수리
우리나라의 겨울 철새로 무건리, 노야산 일대에서 확인됨.(1군단사령부, 무건리지역 훈련장 환경영향평가서, 2006.3.)
· 보호수 느티나무(양주시청 지정)
훈련장 확장지역인 비암리에 보호수로 지정된 느티나무가 있음. 수령 약 300년 수고 15m, 둘레 1.1m 나무 아래에는 평상이 설치되어 있어 주민들의 휴식처 역할을 하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