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6/04] 평화로운 강정에서의 하루, 이 평화가 계속되기를...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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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로운 강정에서의 하루, 이 평화가 계속되기를...
2011,6,4(토)
맷부리에 거점을 만들고 평통사가 이곳을 지키기 시작한 지 보름이 되어갑니다. 맷부리는 강정천과 인접해 해군측이 매립하려는 지역의 서쪽 끝 지점에 해당합니다. 기지사업단이 사람들의 이동을 통제하고 공사를 진행하려면 동쪽 끝의 강정포구와 이곳을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점에서 군사적인 용어를 빌리자면 평통사가 서부전선의 최전방을 막고 있는 셈입니다. 더욱이 해군기지사업단 사무실을 지척에 두고 있어 저들에 대한 압박의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5월 30일, 해군측의 매립용도로 건설시도를 저지하고 세운 천막과 그늘막. 평통사는 이곳을 단 한시도 비우지 않고 지키고 있습니다. 뒤로 해군기지건설사업단의 건물이 보입니다-
주말이라 해군측이 무리하게 치고 들어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아침 일찍 일어나 일과를 시작했습니다. 맷부리에 있으며 제일 어려운 것은 세면 등 생리적인 요구의 해결입니다. 주민대책위 위원장님의 집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오가는 시간이 오래걸리기 때문입니다. 바로 옆에 강정천이 있어 다행입니다.
- 강정지킴이로 맷부리를 지키고 있는 전북의 이종화회원님, 몰래 찍으려 했는데 들켜버렸습니다^^ -
간단히 세수를 마치고 맷부리는 대구의 이종화회원(두분의 이름이 똑같습니다. 급히 찾을때는 어려움이 있습니다^^)이 지키기로 하고 나머지 일행은 중덕으로 향했습니다. 중덕에서는 이미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아침식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 중덕에 마련된 식당, 하루 중 아무 때라도 이곳에 가면 허기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언제나 밥과 국이 준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공짜입니다^^ -
식사를 마치고나서, 9시면 어김없이 시작되는 강정평화기원 100배에 참여했습니다. 중덕해변에 마련된 제단에서 100번의 절을 하며 많은 것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내 조국과 세계의 평화에 대한 그리고 나 자신의 평화에 대한... 그리고 하나의 염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잘못된 것들이 바로잡히고 우리사회가 좀 더 사람사는 세상에 가까워지기를... 그리고 그 길에 작은 힘이나마 포기하지 않고 보탤 수 있기를...
- 100배에 참여하고 있는 전북 이종화회원님, 왼쪽 옆이 고건일 주민대책위 위원장님입니다 -
100배를 마치고,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땀을 식히며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는데 올레길을 찾은 아이들이 바닷가로 내려왔습니다. 누가 시키지도 역할 분담을 한 것도 아닌데 이 싸움에 함께 하고 있는 ‘개척자들’ 소속의 한 분이 아이들에게 강정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할망궁과 용천수, 붉은발말똥개에 대한 이야기소리를 뒤로 하고 이 싸움의 동부전선에 해당하는 강정포구쪽으로 향했습니다.
강정포구로 통하는 올레길 입구에는 컨테이너 박스를 두고 제주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이 상주하며 행여 있을 해군측의 올레길 차단 기도를 주시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주 시민사회단체들이 돌아가자 해군측은 펜스를 확장했으나 올레길 입구까지 막지는 못했습니다.
- 강정포구 쪽 올레길 입구에 있는 컨테이너 박스, 뒤로 기지사업단이 설치한 펜스가 보입니다 -
- 폭이 3~4미터에 불과한 올레길 입구, 해군측은 이 길을 막지못해 안달입니다. 우리의 목적은 이 길을 지켜내는 것입니다. 나아가 저 흉물스런 펜스도 걷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
주말을 맞아 올레길을 찾은 아이들이 펜스와 컨테이너 사이 길 중간에 있는 돌탑을 보더니 묻습니다. “이건 뭐하는 거예요?” “이 길을 사람들이 계속 다닐 수 있도록 소원을 비는거야”라고 설명해 주었더니 작은 돌을 들어 조심스레 올려놓습니다. 정부와 군당국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거대한 안보와 경제논리로 강행하려는 군사기지가 아니라 이름모를 들꽃과 시원한 바닷바람을 만날 수 있는 작은 길이라는 걸.
- 이 아이들이 올려놓는 작은 돌맹이가 저 펜스를 걷어낼 거대한 돌탑으로 될 것을 믿습니다 -
강정포구를 나와 다시 맷부리로 돌아가는 자동차도로의 곳곳에서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것은 절대보존지역인 강정의 아름다움에 대한 설명이 아니라 출입을 통제한다는 내용의 경고문들이었습니다.
- ‘2년이하의 징역과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평택의 대추리에서도, 파주의 무건리에서도 저들은 이렇게 국민을 협박했습니다. 이제 땅을 빼앗는 것도 부족해 바다마저 빼앗으려 하고 있습니다 -
맷부리로 가는 길목에 해군기지사업단이 바다를 막는데 사용하는 테트라포트(삼발이) 제작 및 저장고를 들렀습니다. 흉측스런 거푸집에 계속 시멘트를 부어 끊임없이 삼발이를 만들어내고 있었습니다.
거푸집에서 양생 중인 테트라포트
-이미 수많은 테트라포트들이 완성되어 있습니다-
맷부리로 돌아와 제주여성농민회 한경례의장님 일행과 점심을 먹고 오후 일정을 논의했습니다. 대구 이종화회원은 필요한 물품을 사기위해 서귀포시내에 나가고 저는 다시 중덕으로 나가 상황을 스케치하고 이번에는 전북 이종화회원이 맷부리를 지키기로 하였습니다.
중덕의 강정홍보관에는 주말을 맞아 올레길을 찾은 많은 관광객들이 전시된 각종 자료와 글들을 살펴보며 누구라 할 것 없이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습을 보며 강정싸움이 다른 투쟁현장에서 볼 수없는 천혜의 홍보조건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민과 시민사회단체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이 공감하고 함께 할 수 있는...
-서명에 참여하고 있는 관광객들-
식당쪽으로 가보니 식당을 확장하기 위한 하우스 재료들을 주민들이 나르고 있었습니다. 고위원장님께 물어보니 식당 뿐 아니라 100여명이 기거할 수 있는 공간도 함께 만들것이라고 하였습니다.
-하우스를 추가로 짓기 위해 준비된 재료들-
오후 5시경이 되자 강정주민에게 힘을 주기위한 문예패들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공연이라기보다는 한판의 난장에 가까웠습니다. 주민과 시민단체 그리고 관광객이 모두 흥겹게 어우러지는..
문화공연의 한켠에서는 경북 상주의 생명평화대안학교인 ‘샨티학교’ 선생님과 학생들이 강정을 찾아 주민들에게 힘을 주기위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해군기지 반대에 관한 소망들을 적고 있습니다-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님도 함께 하였습니다-
강정에서의 평화로웠던 하루가 지나갑니다.
구름이 많아 석양이 들진 않았지만,
평화로운 어둠이 조금씩 바다와 하늘을 채워갑니다.
언제까지나 이 평화가 계속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