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11/12] [제주해군기지] 제주 경제에 도움 안 되는 해군기지 / 박기학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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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제에 도움 안 되는 해군기지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상임연구위원
해군과 관변연구자들은 제주해군기지가 주민에게 엄청난 소득과 고용창출 효과를 가져다 줄 것처럼 주장한다. 단기적인 기지건설비 지출과 장기적인 부대운영비 지출을 통해 경제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은 비현실적이고 주관적인 가정에 입각한 것으로서 경제효과를 터무니없이 부풀리고 있고 다른 군주둔지역의 경제효과에 대한 조사 결과와도 전혀 부합하지 않는다.
먼저 해군은 제주해군기지 건설비 7,726억 원(사업기간 6년, 2006년 기준) 중 40% 이상이 제주지역 업체에 돌아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민관합동팀이 2006년 수행한 ‘제주 해군기지관련 영향분석결과 보고서’는 건설비 중 제주지역의 소득향상에 직접적으로 기여하는 부분은 18%(연평균 소득향상은 232억원, 일자리는 1,697개)에 불과할 것으로 보면서 ‘여기에 연연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이 18%도 과도하게 부풀려진 것이다.
이 보고서는 항만공사 30%, 육상공사 30%, 군숙소 신축 70%를 제주지역 건설업체가 맡는다고 가정하나 제주지역 건설업의 영세성으로 볼 때 이는 비현실적 가정이다. 삼성과 대림이 각각 컨소시엄을 이뤄 진행하는 항만과 육상공사의 경우 지역업체의 지분율이 각각 15%에 불과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또 제주지역 업체가 아파트신축, 항만공사, 육상공사, 통신공사 때 제주현지 노동력을 100% 쓴다는 가정도 비현실적이다. 일자리 수를 계산할 때도 마땅히 제주근로자의 임금을 기준으로 해야 하나 이보다 훨씬 적은 제주지역 1인당 총생산을 기준으로 함으로써 일자리 수를 부풀리고 있다.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것은 부대운영비(인건비)도 마찬가지다. 경기개발연구원은 2008년에 경기북부의 주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해당지역 주민들과 공무원들이 군부대의 물품 구입이나 군인들의 소비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오히려 군 주둔으로 피해를 입는다고 인식하는 조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또 2007년에 평택, 동해, 진주, 부산 해군기지를 방문 조사한 ‘제주도 천주교 평화의 섬 특위’의 보고서를 보면 각 해군기지가 지역에 가져온 신규 고용창출 인원은 25∼65명뿐이며 그나마 단순잡역에 불과하다. 소비도 주로 영내 또는 군 시설에서 이뤄져 지역소비 증대효과도 보잘것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변연구들은 제주해군부대의 인건비(해군본부 제시 1,674억 원. 2006년 기준)가 40%에서 많게는 67%까지 제주지역에서 최종 소비될 것으로 추정함으로써 매년 소득향상 및 고용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이는 직업군인들과 도시근로자의 소비성향을 같다고 전제하거나 영내 소비율, 가족동거율, 현지거주비율, 구매품의 제주현지 생산비율, 함상근무가 절반을 차지하는 해군의 근무특성 등을 고려하지 않거나 사실과 다르게 반영한 결과다. 직업군인들의 소비성향을 40.3%(『2008년 군인복지실태조사』)로 보고, 가족동거율 60%, 영내 및 군시설 이용율 60%, 구매품의 제주바깥 생산비율(타지역 중간재의 투입비율) 18.9%(『2003년 제주지역 산업연관분석』)를 적용하면 제주지역 지출은 급여의 7.8%에 불과하며 절반에 이르는 함상근무 특성까지 고려하면 제주지역민의 호주머니로 최종적으로 들어가는 돈은 4% 정도 밖에 안 된다.
한편, 우리 해군은 해군기지 덕택에 하와이 관광산업이 톡톡히 덕을 보는 것처럼 말한다. 이러한 군의 논리는 해군 주둔이 끼치는 부정적 영향을 은폐하고 군 주둔을 정당화하는 것이다.
관광산업이 하와이 최대산업의 지위를 갖는 것은 애초에 천연의 관광자원을 가진 덕택이다. 해군기지의 기념관 관광은 그 부수적 결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하와이는 퇴역군인을 포함해 군 관련 인구가 주민의 17%를 차지하고 기지면적이 전체 토지의 5.7%로 미국 내 군기지 밀집도 1위다. 군은 하와이의 최대인구밀집지역인 오아후섬의 1/4을 차지하고 나머지 3/4에서도 군이 교육이나 주택시장 등에서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런 군에 대한 높은 의존은 값비싼 주택임대료와 높은 땅값을 초래해 시민들의 생활을 힘들게 하고 지역의 균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발전을 가로막는다. 또 2004년 현재 108개 군사시설의 798곳이 오염된 것으로 미 의회에 보고될 정도로 군은 하와이의 최대 오염원인자다. 진주만은 전통적인 원주민의 식량생산 지대였으나 이제는 연방환경보호청에 의해 미국에서 가장 오염된 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런 이유로 ‘하와이 사람들은 군대 주둔에 반대한다’(『화와이, 낙원의 이면Ⅱ』)고 랜달 로스 하와이대 교수는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