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6. 13] [사설] 미국 주도 ‘엠디’ 참여 문제, 분명한 입장 밝혀야(한겨레)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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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 주도 ‘엠디’ 참여 문제, 분명한 입장 밝혀야
등록 : 2013.06.12 18:50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엠디) 참여 여부를 물을 때마다, 군 당국은 한결같이 ‘아니다’고 고개를 젓는다. 그때마다 꺼내드는 말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다.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 탐지-식별-결심-타격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미사일방어를 구축하고 있지만, 이것은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와 다르다는 논리를 편다. 그러면서도 미국과 정보 공유는 필요하다고 한자락을 깔아놓는다.그러나 말과 달리, 행동으로는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에 한발 한발 깊숙하게 발을 담그고 있는 사실이 드러났다. 민주당의 홍익표 의원은 그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우리 군이 미국, 일본, 영국 등이 참가하는 다국적 탄도탄 방어훈련인 ‘님블 타이탄’에 참여하고 있다고 공개했다. 2008년부터 2년 주기로 실시하는 이 훈련은 2020년에 가상의 적국이 탄도미사일로 공격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공동 대처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진다.군은 또 2010년부터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고 정보를 상호 공유하는 한·미·일 해상훈련도 매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엔 미 항모 조지워싱턴호와 한-일 두 나라의 이지스 구축함이 참여했고,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올해 5월에도 제주 동남쪽 공해상에서 미 항모 니 미 츠호가 참여한 가운데 합동훈련을 했다. 하지만 군은 무슨 숨길 이유가 있었는지 이 훈련이 일본의 보도로 알려질 때까지 공개하지 않았다.미국 쪽 인사들의 발언과 우리 군의 움직임을 종합해보면,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엠디 체제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공동의 능력, 기술 그리고 미사일방어를 투자함으로써 함께 성공하고 함께 작전을 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앞서 리언 파네타 국방장관도 지난해 10월 한-미 연례안보협의회의(SCM) 뒤 기자회견에서 “미사일방어는 미국과 한국이 북한의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어 능력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막대한 비용이 들고 효과도 미지수이며 중국 등 주변국과 마찰을 빚을 수 있는 엠디와 같이 중대한 사안에 대해 정부와 군 당국이 말과 행동을 달리하며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태도는 무책임하다. 일본처럼 탄도미사일 추적용 레이더를 설치하지 않는다고 해서 엠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짓이다. 박근혜 정부는 엠디 참여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마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