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7. 9] '누구를 위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인가? -평화누리통일누리 136호 기고글
평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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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인가?
고영대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 공동대표
지난 7월 1일 일본 아베 정권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위한 각의(국무회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후 국회 승인을 거쳐 관련 법제가 정비되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가 급물살을 탈 예정이다. 이에 따라 한미일 당국이 추진하고 있는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에는 한미일 3각 엠디(MD) 및 군사동맹을 구축하고, 이를 고리로 한국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게 하려는 한미일 당국의 군사적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로 미일은 군사적 이익을 누리겠지만 한국은 불이익만 당하게 될 것이다.
한국을 미일 엠디(MD)에 끌어들이려는 것
일본이 행사하려는 집단자위권의 대표적 사례는 미일 엠디(MD)작전으로, 북중 탄도미사일이 미국이나 미군을 공격할 때, 일본이 이를 대신 요격해 주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는 한일 엠디(MD) 체계를 연동시키고, 이를 미국의 동북아 엠디(MD) 체계의 하위 체계로 결합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다.
국방부는 “한미일 3국은 북한 미사일과 핵에 대한 정보공유가 필연적이다”며 “북핵과 미사일에 관련된 정보로 국한된 기관 간 약정”(김관진, 2014. 6. 18, 국회 대정부 질의)으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미일이 공유하게 될 ‘북한 핵과 미사일에 대한 정보’는 한국 방어에 필요한 정보가 아니라 미일 엠디(MD) 작전에 필요한 ‘조기경보’일 뿐이다. 한국이 확보한 북한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를 일본에 제공함으로써 자위대가 미일을 겨냥한 북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도록 하거나 한국군이 직접 미일을 겨냥한 북한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요격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일본이 획득한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는 남한엔 무용지물
반면 일본이 획득한 북한 탄도미사일 정보는 일본이 북한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 데서 지리적으로 한국보다 불리한 데다 남한의 종심이 짧아 남한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에 대한 ‘조기경보’의 구실을 할 수 없어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체결로 한국이 얻을 실익은 거의 없고, 오히려 미일과 역외 미군을 지켜주기 위한 정보 제공과 요격작전에 동원되는 부담만 지게될 뿐이다.
한국이 미일 엠디(MD)작전의 전초기지가 되는 것
중국의 시진핑 주석 방한을 앞두고 국방부가 배치를 용인한 주한미군 사드(THAAD)도 주된 목적은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사드의 레이더 체계인 고성능엑스밴드레이더(AN/TPY-2)로 상해, 북경, 대련 등 중국 동·북부 미사일기지에서 발사하는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탐지, 식별하는데 있다. 또한 사드의 요격미사일로 주한미군 기지를 겨냥해 날아오는 중국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데 있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가 체결되면 한국은 고성능엑스밴드레이더(AN/TPY-2)에서 수집된 정보는 물론 그린파인 지상레이더와 SPY-1D 이지스함 레이더에서 수집한 북중 탄도미사일 정보를 모두 일본에 제공해야 할 것이다.
이에 중국의 관영언론 ‘신화통신’이 남한에 사드 배치 시 “중국과의 관계를 희생시킬 것”이라고 경고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로 한국이 미일 엠디(MD)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대중 관계가 파탄나고 남북간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성이 한층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한미일 군사정보고유 양해각서’는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구축의 디딤돌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의 다른 목적은 한미일 삼각군사동맹 구축에 있다. 한일 간 군사정보공유는 ‘태평양 드래곤’과 같은 한미일 연합 엠디(MD) 훈련을 고도화하고 한미일 전력이 주축이 된 피에스아이(PSI,확산방지구상)와 같은 대북 해상차단훈련 등을 전면화하여 한일군사관계를 작전·군수 분야 전반으로 확장함으로써 (준)군사동맹으로 나아가게 한다. 한미일 군사동맹은 미일호 (준)군사동맹과 결합하여 아·태지역의 대북·대중 포위전선을 구축하게 된다.
한일군사동맹 구축은 한일 간 집단자위권 행사 가능성을 높인다. 엠디(MD)뿐 아니라 미군 보호, 해상수송로 보호, 기뢰 제거, 유엔 다국적군과 피케이오(PKO) 활동 등에서 자위대와 공동작전을 수행하고, 상황에 따라 한국군이 자위대의 통제를 받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해 말 남수단 파견 한국군 부대가 현지 자위대로부터 탄약을 빌려 한국을 일본으로부터 탄약을 빌린 최초 국가로 만든 사례는 한일 간 집단자위권 행사의 단초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나 미군을 겨냥한 북중 탄도미상 요격 등 한미일 간 집단자위권 행사는 유엔헌장 51조가 보장하는 집단자위권 행사에 해당하지 않으며, 한미일 동맹에 의거한 집단방위로서 유엔의 사전동의를 얻지 않은 한 유엔헌장 위배다.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재진출 열어주게 될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한편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의 첫 대상지가 한반도라는 것은 알려진 대로다.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로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를 지원하고, 집단자위권 행사에 동참하는 대가가 일본군의 한반도 재진출(침략)이라는, 우리 국가와 민족에 비수가 되어 되돌아오는 것이다. 또한 대중 포위에 동참함으로써 중국과 적대하고 중국 탄도미사일의 공격 대상으로 되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렇듯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 체결은 국가와 민족의 사활적 이해가 걸린 중차대한 사안이다. 따라서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양해각서’를 체결하려면 반드시 국회와 국민의 철저한 검증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해 정부는 협상 과정과 약정안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소위 ‘기관(국방부) 간 약정’이라는 형식 뒤에 숨어 국회와 국민의 눈을 가려서는 안 된다. 이명박 정부의 밀실처리 과오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정부가 ‘고노 담화’를 부정한 일본 정부의 퇴행적 역사 인식을 보고서도 정작 과거사 문제의 원인이 되었던 대일 군사적 종속의 길을 다시 가려고 한다면 국민은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다.